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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c/오픽 IH -> AL 후기, 강남파고다 후기, 질문, 꿀팁생활 2021. 6. 13. 14:42
우선 이 글을 쓰기에 앞서 해외 거주 경험이 있다는 점을 밝힙니다. 해외 거주 경험을 오픽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인 건 맞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 살다 온 사람은 OPIc 중 가장 높은 등급인 AL (Advanced Low)를 받는 게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AL을 받아내기 전에 IH (Intermediate High)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눈치가 빠른 제 독자분들은 모두 바로 알아 차리셨겠지만, 두 시험 사이엔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간격이 존재합니다. 이것은 즉슨, 5.30(일)에 봤던 시험 결과를 보고 난 뒤 얼마 안 지나 바로 재시험을 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픽은 평소에 시험 결과가 나오는데에 7일이 소요되지만, 일요일에 보는 시험은 5일밖에 안 걸린다고 합니다. 근데 5.30(일)에 봤던 시험 결과를 보고 난 뒤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전 바로 다음 시험에 응시했고, 이번엔 꼭 AL을 받아 돈낭비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해외에 몸을 담궜던 사람은 당연히 AL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었나? 라고 자괴감이 들던 찰나에, 이미 5~6년 전부터 AL을 계속 받아왔고, 자격증 유효기간이 마감될 때마다 날짜 갱신을 위해 OPIc을 여러 번 봐왔던 지인이 OPIc은 결국 형식이 중요하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제가 TOEFL 스피킹 시험 때 하던 것처럼 하면 절대로 AL 점수가 나올 수 없다고 조언해주었습니다.
사실 입시할 때 토플 성적이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고 압박했던 어머니의 말씀을 따라 토플 학원을 급하게 다니며 형식을 좔좔좔 외우고 다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픽에도 그 경직된 토플 스피킹 형식을 그대로 사용하다보니, 결과를 받아보고 나서 오픽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위에 언급한 그 지인은 컴퓨터 앞에서 팔을 휘저어가면서 진짜 사람이랑 대화하는 것처럼 시험봤다는 말을 듣고 한 번 충격먹고, 그렇게 하지 않는 이상 AL 나오기 쉽지 않다는 말을 듣고 두 번 충격 먹었습니다.
그래서 06.06(일) 시험에는 정말 그 지인 분의 조언대로 굉장히 활발히 텐션을 싹 다 끌어올려서 (박카스도 시험 보기 전에 복용하고) 굉장히 신난 척을 하며 시험 봤는데, 결국 그게 열쇠였던 것 같습니다.
[시험장]
시험은 강남역 파고다 501호에서 봤습니다. IH를 받은 시험날에 찍은 사진. 시험장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대형 학원에서 주최하는 시험이었다보니 Proctor 하시는 분도 안내를 하는데에 되게 평온해 보이셨습니다. 엄청난 경력이 있는 분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자리는 모두 깨끗했습니다. 첫 시험 때는 맨 뒷자리에 앉았었는데, 맨 뒷자리가 앞의 모든 사람들 진행도도 어느정도 보이고, 그에 맞춰 내 페이스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도 크나큰 오산이었습니다. 괜히 다른 사람들 신경쓴다고 페이스 말리게 되기만 하고, 첫 시험이었어서 그랬던 건지, 괜히 다른 사람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면 조바심 나서 답변을 짧게 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시험에는 완전 정 가운데에 앉았는데, 정 가운데에 앉다보니 모든 사람들의 대화의 중심에 서있게 되다보니 정신은 조금 없지만 (시장통속에서 시험을 보는 느낌), 이 시장통 속에 나만의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집중력이 좋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Survey 답변, 그리고 OPIc 질문들, 그리고 답변들]
오픽 시험은 시험 전에 작성하는 설문의 결과를 토대로 시험에 나오는 질문들의 유형이 달라집니다. 시험에서 어떤 질문을 받았고, 제가 어떻게 답변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최대한 제 실제 답변과 비슷한 내용을 담는다는 취지로 작성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우선 Survey는:
- 일 경험 없음, 학생, 학교 재학 중
- 가족이랑 살고 있음
- 자전거, 조깅, 하이킹, 걷기, 탁구, 글쓰기, 독서, 공원 가기, 노래 부르기, 집에서 보내는 휴가,,,,,,,
- Test level 6 (첫 번째 시험에도 6으로 진행)
으로 진행했습니다.
2) 요즘의 e-reader에 대해 설명하라
- 요즘 킨들로 책을 많이들 읽는 것 같던데, 사실 킨들은 책만의 고유의 아날로그 감성이 없어서 많이 아쉽다. 그래서 굳이 $150-200 써가면서 e-reader을 쓰지 않는다. 여기선 150-200을 크게 말하면서 터무니 없이 비싸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3) 요즘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책을 읽냐? 어디서 읽냐?
- 아! 내가 언급하기 깜빡한 것 같은데, 요즘 사람들은 킨들 말고도 스마트폰 어플로도 많이 읽는다! 되게 잘 되어있고, 편리한 기능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어디든지 휴대할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 심지어 potty time (실제로 이렇게 말했음, 대충 똥 누러 간다는 뜻)에도 책을 손가락으로 넘길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ㅋ
4) 넌 주로 책을 어디서 구매함? 온라인? 오프라인?
인트로에서 (1번 자기소개 질문) 말했듯이 나는 책을 1-2주에 한 권씩 읽는 편이기에, 모두 다 사면 falls too heavy on my budget 하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엔진을 통해 가격을 엄청 비교해보고 더욱 cost-efficient (가성비 좋은) 경로를 택해서 구매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5) 공원 가는 거 좋아한다매? 님 주변 공원 설명 ㄱㄱ
- 제 집 주변엔 Han River 이 있는데 (사실 아님) 앰뽈(ample)해서 좋아용 코로나 아웃! 요즘 팬데믹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굉장히 hot potato 인데, Han River은 굉장히 스뻬이셔쓰 해서 좋고, stress-free다! 공원을 relaxing time 보내려 가는 건데 오히려 코로나땜시 찝찝해지기만 하면 공원에 갈 이유가 없지 않냐!
찝찝하다 라는 단어를 말하는데에 at the top of my head (머리에서 바로) 생각나지 않아서 적어두지만, disturbing, bothering, make ~ (subject) feel uncomfortable 정도로 사용하심 될 듯요
6) 공원에 마지막으로 갔을 때가 언제야? 설명 ㄱ
- 여친이랑 3주전에. 여친 방방 뛰는 거 보면 즐거움. I mean, isn't that how a boyfriend is supposed to feel? Happy whenever his girlfriend is happy!? ㅎㅎ
7) 공원에서 있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일
- 저번 여름에 강아지 싫어하는 친구랑 갔는데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한테 오줌쌈. Can you believe it~!?? (억텐 개쩜) 친구가 모든 강아지들이 그렇지 뭐 라는 말이 웃겼다~
8) 집 안에서 responsibility as child
- 리싸이클링. 정부가 리싸이클링 열심히 하라 해서 다들 하는 분위기였음. 그래서 나도 했는데 그렇게 어려운 task 아니어서 갠찬
9) 그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적이 있는가? 왜? 어떻게 대처했는가?
- 아저씨들 화요일 밤에 오는데 procrastinate 하다가 에세이 마감시간이 생각나서 에세이 끝내느라 못함. 엄빠에게 혼난 뒤 다음엔 미리미리 할게요 라고 했다.
참고로 여기서 아저씨들을 recycling guys 라고 하면서 "와... .이번에도 IH겠구나 오마이가쉬..." 하고 있었는데, 뭐 용어같은 것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가보다. 실제로 내가 많이 봤던 오픽 설명하는 유투버도 recycling 주제가 가장 어려운 거라고 하기도 했었음.
11) 학교 친구들이랑 outing 가질 예정인데, 이거에 대한 질문 3~4개 해라
사실 이게 원래는 voice mail을 녹음하는 형식으로 답변하라고 했었는데, 그걸 싸그리 무시하고 실제로 전화통화를 하는 것처럼
- 우리 언제 만나지?
- 아하~ 오키오키 그러면 어디서 ??
- Ohh, Hongdae, perfect! Then, is lunch okay for you? Or... would you rather have the meeting (사실 meeting 이라는 단어 영어권에서 잘 안 쓰인다. 이런 만남은 plans 라고 많이 하는데, 뭐 .... 동창회같은 느낌인 것 같기도 해서 걍 meeting 이라고 했더니 느낌이 잘 맞아떨어졌다보다 ㅎ) around dinner time?
뭐 이런 식으로, 전화를 하는 것처럼 말했었는데, 이런 실수들에 대해서도 너그러운 셤인가 보더라!
12) 비와서 문제 생김 ㅠ.ㅠ 어떻게 할래? 1~2 옵션 대라
- 우리 그럼... 비 안 오는 다음 주로 미루는 게 어떨까?
- 아; 안 되는구나... 그래 마침 우리 친구 Evan도 그 날 안 된다고 했었어 (이 말 하면서 스스로 "아니 그럼 나 왜 다음 주 되냐고 물어본 거임? 했었음 ㅠㅠㅠ)
- 그러면, 홍대는 너무 야외 액티비티들이 많은 동네니까, 강남에서 놀자! 강남은 indoors 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비 할 수 있음!
13) 학교에서 경험했던 클럽 파티나 이벤트에 대해 얘기하고, 어떤 기억에 남을만한 경험이 있었는지 얘기하라
분명히 Surprise birthday party를 싫어한다던 친구 Mike 가 있었는데 얘가 surprise party 할 거면 차라리 birthday party를 해주지 마라. 그게 오히려좋다 라고 했었다.
그래서 우리는 tease him 하기 위해 진짜 파티를 안 할 것처럼 행동했는데, 얘가 입술이 삐쭉 튀어나오는 게 다 보이더라~ 결국 11:59 PM에 파티를 해줬더니 좋아 죽었다 ㅎ
14) 너네 친구 두 명 비교, 차이점이랑 공통점 얘기해보라
이건 친구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15) 너 친구들이나 가족 만날 때 주로 무슨 얘기하냐? 뭐가 그렇게 흥미롭길래?
주식 얘기를 많이 한다. 왜냐하면 주식은 굉장히 practical 하기 때문이다 (내가 practical 이라는 단어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에 대한 언급을 다음 문장에서 했더라면 더욱 깔끔명료했을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 굉장히 아쉬웠다. 사실 돈이라는 게 굉장히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는 것들이기에, 주식 얘기는 모두의 흥미를 돋운다 라고 하고싶었음).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나 가족 만날 때 주식얘기 함. 가끔 주식 떨어진 사람들 놀리는 애들도 있는데, 이런 애들이 제일 악질인 것 같다고 함.
[Last Remarks, and Some Tips]
1. 그 어떤 시험도 그렇듯이, OPIc 역시 영어 실력을 측정하는데에 있어 완벽한 시험이라고 보기엔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원하는 스타일의 영어를 얼마나 잘 구사할 수 있느냐에 대한 척도로선 꽤나 정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응시자가 대화를 이어나가는데에 얼마나 능한가를 측정해주는 시험이라고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2. 시험을 보기 전에 시험이 어떤 유형인지를 파악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깔끔명료하게 술술 말하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으론 그러기가 쉽지 않기에, filler words (like, um, uh... you know)를 많이 포함해주는 게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걸 두 번째 시험을 보기 전에 알게 되었습니다. 유투브 보니까, 말하다가 스스로 문법상 오류를 발견해냈다면
(I like to the, I like to go to the park)
이렇게 말하지 말고
(I like to the, you know, go to the park)
이렇게 말하라고 합니다. 이게 정말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3. AL을 따고 싶다면, 말을 하는데에 있어 침묵이 있어선 안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감정과 관련된 표현들을 많이 사용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4. 말을 두괄식으로 하는 것은 정리가 잘 됨으로, 두괄식 형태로 말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형식에 맞춰져있다는 게 티가 나면 오히려 감점요인으로 다가온다고 합니다. 넓디 넓은 울타리 안에 풀을 뜯어먹으며 자유롭게 달리는 귀여운 양이 되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5. 말을 길게 하다보면 Ava 밑에 'Time for a new question' 이라고 뜨며 압박 주곤 하는데, 이건 별로 신경 안 써도 될 듯 합니다. 저도 이 문구를 거의 모든 질문마다 보곤 했었는데도 5분정도 남기고 퇴실했습니다. 물론 너무 긴 시간동안 말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너무 조바심 느껴가며 부랴부랴 답변의 마무리를 지을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6. 답변을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 힘드시다면, 자신이 한 답변의 감정 관련된 (짜증났다, 완전 충격먹었다, 어이가 없었다,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표현을 끌어와서, conclusion에 다시 언급하며, "어쨌든, 그 때 이렇게 느꼈었고, 참 대단한 경험이었어"라는 방향으로 지으시면 된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7. OPIC은 소개팅처럼 하면 된다고 합니다. 한 문장이라도 덧붙일 수 있게끔 ~, because / ~, since / ~, but 등등의 화법을 사용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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